돌풍과 비가 오락가락한 뉴질랜드 링크스에서 한국 아마추어 대표 5명이 살아남았다. 손제이와 정의석이 2026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AAC) 이틀째 공동 18위를 지키며 톱10 진입의 불씨를 이어갔다. 우승자에게는 마스터스와 디오픈 출전권이라는 '황금 티켓'이 주어지는 대회다.
손제이·정의석, 4오버파 146타로 공동 18위
손제이(동래고부설방송통신고)와 정의석(천안중앙방통고)은 10월 30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테 아라이 링크스 사우스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나란히 4오버파 75타를 적어냈다. 중간 합계 4오버파 146타로 이틀 연속 공동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제이는 버디 6개를 잡았지만 보기 3개, 더블 보기 2개, 트리플 보기 1개가 발목을 잡았다. 정의석은 버디 1개에 보기 3개, 더블 보기 1개로 같은 스코어를 만들었다. 선두와는 11타 차로 벌어졌지만, 남은 이틀 동안 톱10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다.
돌풍이 바꾼 9번 홀, 손제이의 아쉬움
이날 가장 극적인 장면은 손제이의 9번 홀(파4)에서 나왔다. 8번 홀까지 1언더파를 기록하며 순항하던 손제이는 갑작스러운 돌풍에 퍼트한 공이 깃대를 스친 뒤 바람을 타고 한참 굴러가 트리플 보기를 적어냈다. 후반에도 더블 보기를 두 차례 범하며 무너지는 듯했지만, 16번 홀(파4)과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잇달아 낚아 순위를 지켰다.
손제이는 "환경적인 요인도 커서 아쉬운 결과를 냈다"고 돌아봤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돌풍과 비가 번갈아 선수들을 괴롭힌 만큼, 남은 라운드에서는 날씨 적응력이 순위 싸움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 7명 중 5명 컷 통과, 2명은 탈락
한국 선수 7명 가운데 5명이 컷을 통과했다. 천지율(신성중)은 5오버파 76타로 중간 합계 6오버파 148타, 공동 25위에 올랐고, 유민혁(서강고)은 6오버파 77타로 중간 합계 9오버파 151타, 공동 38위를 기록했다. 해외에서 뛰는 이용재는 중간 합계 12오버파 154타, 공동 46위로 컷 기준(13오버파)을 겨우 넘겼다.
반면 해외에서 활동하는 강건(14오버파 156타)과 박시우(28오버파 170타)는 컷 탈락했다. 특히 박시우는 2라운드까지 28오버파로 크게 흔들리며 대회를 마쳤다.
디펜딩 챔피언 선두, 뉴질랜드 홈 어드밴티지
선두는 디펜딩 챔피언 피파 라오팍디(태국)가 지켰다. 라오팍디는 2라운드 1오버파 72타로 중간 합계 7언더파 135타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선두를 달렸다. 개최국 뉴질랜드의 쿠퍼 무어가 5언더파 137타로 2타 차 2위에 올랐고, 라이언 셰(4언더파 138타)와 잭 스완윅(3언더파 139타)이 3~4위에 자리하며 홈 어드밴티지를 이어갔다.
AAC는 2009년 시작해 올해 17회째를 맞았다.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 마스터스 토너먼트, R&A가 공동 주최하며, 2021년 마스터스를 제패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2010·2011년 2연패를 차지한 대회로도 유명하다. 올해는 전 세계 39개국에서 12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남은 이틀, 한국 선수들의 관전 포인트
한국 선수들에게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히려면 3라운드부터는 큰 실수 없이 버디 기회를 살려야 한다. 손제이의 경우 2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아낸 공격력은 확인됐고, 정의석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강점이다. 링크스 특유의 돌풍에 흔들리지 않는 코스 매니지먼트가 톱10 진입의 열쇠가 될 것이다. 컷을 통과한 5명이 모두 남은 라운드에 나서는 만큼, 한두 명의 톱10 진입만으로도 한국 아마추어 골프의 저력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수 있다. 특히 링크스 코스의 바람은 마지막까지 순위를 뒤흔드는 변수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50대 호주 아마추어 2명의 도전도 화제를 모았다. 55세 기계 조작원 리처드 히스와 58세 광부 그레이엄 혼은 각각 중간 합계 19오버파, 16오버파로 컷 탈락했지만, 최연소 출전자 14세와 함께 세대를 넘나드는 AAC의 무대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