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대형 상업시설에서 양손에 흉기를 든 5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 10명 중 8명이 다쳤고, 19세 여성 한 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나흘 뒤인 오늘(17일),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가 했던 충격적인 진술이 전해졌다. 범행 당일, 어린이집까지 범행 대상으로 고민했다는 것이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 않았다" — '계획 범행'의 실체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피의자 최충락(59)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일 범행 대상을 어린이집으로 할까도 생각했다"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 (범행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범행 동기로는 병원과의 갈등을 내세웠다. 피부질환 치료 결과에 불만을 품고 병원 앞에서 두 달여간 1인 시위를 벌였는데, 병원 측 신고로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되자 "사회에 알리고 싶어 뉴스거리를 만들려고 범행했다"는 것이다.
범행을 합리화하려는 그의 주장과 실제 진술 사이에는 눈에 띄는 간극이 있다. 지난 16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인천지법에 출석한 그는 취재진 앞에서 "병원에서 부작용으로 1인 시위를 두 달간 했는데 오히려 민사로 압박이 들어왔다"며 범행을 병원 탓으로 돌렸다. "관심을 끌기 위해 범행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만 피해자들에 대한 질문에는 "죄송하다. 죽을죄를 지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적 계획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17일 오전 인천 계양구에 있는 최충락의 주거지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고, 메모장과 서류 등을 확보해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사전 준비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전과 10범, 전자발찌를 찬 채 범행… 수사는 어디까지 왔나
경찰 조사 결과 최충락은 벌금형 이상 전과가 10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중 두 차례는 살인미수 처벌이었다. 재범 위험성 때문에 2029년까지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상태였고, 이번 범행도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저질렀다. 전자발찌의 '위치 추적'이 실제 범행 예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착용자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상정보는 이미 공개됐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16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충락의 이름·나이·얼굴 사진(머그샷)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인천지법은 같은 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살인미수와 공공장소 흉기소지 혐의가 적용됐다.
흉기 든 범인을 막은 사람들… '돈쭐'이 이어지는 이유
이번 사건에서 추가 피해를 막은 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보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먼저였다. 범행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들과 손님들이 의자와 식판 등으로 범인에게 맞서 제압한 뒤 경찰에 넘겼다.
가장 먼저 맞선 사람은 우동집을 운영하는 이현민(30) 사장이었다. 손님의 계산을 돕던 중 흉기를 든 남성을 보고 쟁반을 던진 뒤 의자를 들고 맞섰고, 매장에 있던 체격이 건장한 손님도 합세했다. 쌈밥집을 운영하는 신인수(66) 사장은 범인이 영화관과 키즈카페가 있는 4층으로 올라가려 하자 의자를 던지며 막아섰다. 그는 "내 나이가 내일모레 66살이지만 칼만 안 들었으면 막 목을 비틀어 버렸을 것"이라며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불안해할 게 뭐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들의 용기는 그대로 묻히지 않았다. KBS 공채 개그맨 김대범은 지난 15일 SNS에 "인천 칼부림 사건 의인께서 운영하시는 쌈밥집"이라며 가게 위치를 공유하고 "돈쭐 내주러 많이들 가시면 좋겠다"고 썼다. '돈쭐'은 '돈'과 '혼쭐내다'의 합성어로, 선행을 베푼 곳에 착한 소비로 보답하자는 의미의 신조어다. 해당 게시물은 48만 회 이상 조회됐고, 김대범은 16일 실제로 식당을 찾아 "가성비 최고의 맛집"이라며 방문 후기를 올렸다. 우동집 사장을 향한 응원 댓글도 이어졌다.
경찰은 CCTV 등을 토대로 범인 제압에 나선 시민 5명을 특정했고, 이들에 대한 포상을 검토 중이다. 인천시는 피해자들의 치료비·생계비·심리치료비 지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박찬대 인천시장은 대통령에게 '용감한 시민상' 등 정부 포상을 요청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사건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경찰의 압수수색 결과가 추가로 나올 예정이고, 의식불명 상태인 19세 여성의 상태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범인 제압에 나선 상인들은 생업에 복귀했지만 일부는 트라우마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이후 일부 시민들이 불안감에 건물 방문을 꺼리면서 상가 영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우동집 사장 이현민 씨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저희는 다른 어느 날처럼 똑같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음식을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찾아주시길 바란다." 묻지마 범죄의 시대에, 그날 그 자리에서 의자와 식판을 들고 섰던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