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 몰렸던 LIV 골프가 일단 살아남았다. 미국 뉴저지주 파산법원이 15일(한국시간) LIV 골프와 사모펀드 운용사 BC 파트너스 간 회생 계획안을 조건부 승인하면서다. 청산 위기는 넘겼지만, 정작 리그의 간판 스타들은 줄줄이 이탈을 선언하고 있다. 법원은 살렸는데 선수는 떠나는 역설적인 풍경이다.
회생안의 내용: 3억 달러 수혈과 지분 재편
회생안의 핵심은 BC 파트너스가 주도하는 투자 컨소시엄의 자금 수혈이다. 약 3억 달러(약 4천억 원) 규모의 대출과 투자가 리그 운영 자금으로 투입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도 정상화 완료 전까지 브릿지 론 성격으로 4,96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지분 구조도 바뀐다. LIV 골프 소속 선수단이 52.5%의 지분을 보유하고, BC 파트너스를 포함한 소수 투자자가 45%, 경영진이 2.5%를 나눠 갖는 방식이다. 선수들이 리그의 주인이 되는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LIV 골프는 PIF의 재정 지원이 끊기는 내년 시즌에도 리그를 이어갈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했다. LIV 측은 2027년 초까지 챕터11 절차를 졸업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이다.
조건부 승인의 조건: 천문학적 보장금은 깎인다
다만 법원은 '조건부' 승인을 내걸었다. 기존 계약의 과도한 부채와 선수 보장금 규모 조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출범 당시 수천억 원대 계약금을 약속받았던 스타 선수들의 보장금이 대폭 삭감되거나 주식 전환 형태로 변경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선수들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간판들의 이탈 선언
당장 이달 초 리그의 간판 욘 람(스페인)이 법률 대리인을 통해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브라이슨 디섐보와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 등 주요 선수 19명 역시 계약 조건 재협상과 감액안 수용을 거부하고 이탈 대열에 합류했다. 보장금이 깎이는 리그에 남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외풍도 거세다. 그동안 LIV 소속 선수들의 출전을 제한적으로 허용해 오던 DP월드투어가 내년부터 전면 금지 카드를 꺼냈다. DP월드투어는 LIV 선수들에게 11월 16일까지 LIV 대회 불참 서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가이 키닝스 DP월드투어 CEO는 "선수들은 확실한 선택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더 이상 예외적으로 출전권을 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LIV 변호인 측은 "선수 확보와 회생 절차를 고의로 방해하려는 시도"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2022년 '오일 머니'의 영광은 어디로
2022년 출범 당시 LIV 골프는 PIF의 막대한 오일 머니를 앞세워 PGA 투어의 간판스타들을 쓸어 담았다. 그러나 PIF가 추가 자금 투입을 중단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닥쳤고, 결국 지난 9월 초 미국 연방파산법 제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 보호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사모펀드 체제로 전환되면서 PGA 투어·DP월드투어와의 통합 논의 구도도 다시 재편될 조짐이다.
회생은 됐지만 리그의 얼굴들이 빠져나가는 지금, LIV 골프의 진짜 시험은 법정이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이다. 돈으로 시작된 리그가 돈이 마른 뒤에도 설 자리가 있을지, 2027년 시즌이 답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