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경기도 이천시 H1클럽에서 KLPGA 투어 통산 11승의 이정민이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움 없이 골프채를 놓겠다"는 말로 2010년 데뷔 이후 이어온 선수 생활을 정리했다.
정교한 아이언으로 쌓은 11승
이정민은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이름을 알린 선수다. 2010년 KLPGA 정규투어에 데뷔해 그해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14년 2승, 2015년 3승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2015년에는 대상과 평균타수 부문에서 모두 2위에 올랐다. 2023년 PLK 퍼시픽링스코리아 챔피언십에서 통산 10승을 달성했고, 이듬해 KL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거뒀다. 이 대회가 통산 11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으로 남았다.
발목을 잡은 건 손목이었다
은퇴를 결심하게 한 건 부상이다. 2024년 하반기 왼쪽 손목 연골을 다친 뒤 추운 날씨나 깊은 러프에서 경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정민은 "부상 이후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은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필드에 선 대회는 지난 9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었다. 골프 선수에게 손목 부상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100점 만점에 1000점"
기자회견에서 이정민은 선수 생활을 이렇게 돌아봤다. "다른 선수와 경쟁한다기보다 나 자신과 싸웠다고 생각한다. 후회 없이 골프를 쳤기에 내게 100점 만점에 1000점을 주겠다." 마지막 우승이었던 2024년 KLPGA 챔피언십은 그에게 특별한 대회였다. 데뷔 14년 만에 거둔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이었고, 통산 11승의 마침표를 찍은 무대이기도 했다. 부상 전까지 꾸준히 상위권을 지킨 커리어는 화려한 한 방보다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보여준다.
은퇴 후 계획도 솔직하게 밝혔다. "당분간 백수처럼 지내며 나 자신을 비우고 싶다. 비우다 보면 다시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해 겨울 골프 지도자 자격증인 티칭 레벨 1단계를 취득했지만, 당장은 휴식을 취하며 스키를 즐길 계획이다. 언젠가 지도자로 필드에 돌아올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이날 은퇴식에는 동료와 후배 선수들이 참석해 마지막을 배웅했다.
후배들에게 남긴 한마디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후배들에게 건넨 조언이다. "공 하나하나에 너무 모든 것을 쏟지 않았으면 좋겠다. OB를 내더라도 공은 골프장 안에 있지 다른 데로 달아나지 않는다." 한 샷에 인생을 걸지 말고 길게 보는 골프를 하라는 뜻이다.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 미스샷 하나에 무너지는 라운드를 경험해본 골퍼라면 깊이 공감할 것이다.
오늘의 다른 소식: 드림투어 새 얼굴의 첫 우승
드림투어에서는 새 얼굴이 우승컵을 들었다. 김나영(23)이 14일 끝난 KLPGA 2026 DB 드림투어 20차전에서 최종 합계 7언더파 209타로 생애 첫 드림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받은 무릎 시술 이후 통증을 안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최근 몸 상태가 나아지며 드라이버 자신감까지 되찾았다. 우승 상금 1500만원을 더해 상금순위가 48위에서 17위로 31계단 뛰었다. 드림투어 상금순위 상위 15명에게는 다음 시즌 정규투어 시드가 주어지는 만큼, 오는 20~21일 전남 무안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21차전까지 시드 경쟁이 이어진다. 마지막 한 대회, 김나영에게는 커리어를 바꿀 2계단이 남았다.